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소리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돌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룸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안자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이 곡을 참 좋아하는데
가장 기억남는건 태백산맥에서 김사용이 죽었을때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장례하는 장면을 서술했었죠 그때 이 시가 나왔었는데
역시 작가의 깊은 내공을 알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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