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대화법과 관련된 글이 유머방 추천글에 올라왔던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반박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귀찮아서 쓰지 않았는데 글쓰기 연습도 할겸 제가 느낀 대화 스킬법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으실 겁니다. 대화 스킬만을 보시려면 6번으로 가시면 됩니다.


2. 많은 분들이 대화가 어려운 이유를 더블 바인드나 콜드리딩 같은 대화 스킬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시는데 제 견해는 완전히 다릅니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일차적으로 상대방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입니다. 아이돌 같이 생긴 사람이면 대꾸를 병신같이 해도 계속 말 걸고 싶어지죠. 그런데 대화를 한다는건 기본적인 호감도는 있다는 뜻이니 제외하면, 대화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센스가 없어서 입니다. 저는 이걸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상대방이 어떤 의미로 얘길 했고 그래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상호 보완적인 대화가 지속이 되는지를 아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유럽 여행 얘기를 하면 혹시 이 사람이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지를 묻고 그래서 다녀왔다면 필시 유럽을 즐겼던 얘기를 하고싶어할 테니 그것을 물어보는 등으로 계속 대화를 진행해 나갑니다. 싸비가 이니에스타를 만났을 때 처럼 패스는 물 흐르듯이 이어지고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얘기는 끝이 날 줄 모릅니다.


3. 저는 어릴적부터 초등학교에서 한 학년씩 올라갈 수록 친구들과 한 번씩은 크게 싸웠는데 그 당시에는 이유가 납득이 안 되었습니다. 장난을 치면 친구가 꼭 저한테 덤볐고 그럼 주변에서 저와 친구를 말렸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상대방이 어떤 얘기를 들으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센스가 없었던 놈이죠. 물론 그 센스는 지금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유인원으로 머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최소 호모 사피엔스까지는 겨우겨우 올라왔다 생각하고 삽니다. 저는 이걸 스스로 깨닫고 바꾼 경우인데, 많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는 주변인들에게 이러한 얘기로 지속적인 교육(위계로 인한 세뇌에 가까움)을 해봤지만 바뀌는 사람들은 한 두명을 빼고 거의 못봤습니다. 그래서 대화 센스는 후천적으로 배우기 힘들고, 대신 패턴을 학습해서 익히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센스가 없으면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그대로 사는게 훨씬 편하단 얘기죠.


4. 아무튼 제가 대화 방식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고나서부터 입니다. 크게 도움은 안되었지만 발전의 계기가 된 책이죠. 이 책으로부터 누군가에게 더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대화법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먹고 심리학 관련 도서를 뒤져보다 NLP까지 가게 됩니다. 예스 세트니 더블 바인드니 미러링이니 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요샌 너무 유명하죠? 그러니 생략)이 그 당시에는 엄청난 정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시행착오는 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한 두명의 입을 통해 대화를 참 잘한다는 얘기를 듣

게 됩니다. 더 열심히 하다보니 저 오빠는 모든 여자들이랑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고 누군가에게는 소울메이트 수준이라는 얘기까지도 듣습니다. 유인원 수준에서 이정도까지의 피드백을 받았으니 감개무량하죠. 그래서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아예 없다고는 얘기를 못하겠습니다. 대화 스킬은 연습하고 체득하면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이런 컨셉들을 완전히 버리게 됩니다.


5. 저는 당시 연애를 매우 하고 싶었는데 여자 학우들과 밥을 먹는 도중에 오빠는 여자들과 너무 친해서 편하고 남자로 안보인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까불기는 하지만 여자같이 여리여리하지도 않고 털도 많은 남자인데 남성성을 죽여버리는 말을 듣게 되니 그때 완전히 충격을 먹었고, 당시에는 남성성을 유발해서 존재감을 세상에 내뿜는 것이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기 때문에 저는 그 즉시 대화 방식을 바꿔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약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냥 제 본성대로 살고 있고 만나는 무리는 줄어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자체는 현저하게 적어졌지만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그때는 저를 위해서 대화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대화만을 했기 때문에 친밀감은 확실하게 쌓을 수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족은 별로 안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 디매에서 읽었던 글이 바로 이런 내용인데, 대화 스킬을 통해 상대방과의 친밀도를 높이라는 얘기였죠. 효과는 있는데 제 경험상 오롯한 나로 살지 못하게 해서 별로 추천은 안 드립니다. 다만 원숭이에서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는 효과가 있는데 사람이 되고 나서부터는 원숭이 때 하던 습관은 버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평생 대화가 원숭이 수준에서 머물게 됩니다. 전 지금도 누가 저를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상대방 입에서 말이 안 끊기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치만 저에겐 그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오히려 얘기가 안 이어질 때는 상처만 받으니까 이젠 그냥 제 얘기만 합니다. 대설명충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죠.


6. 아무튼 원숭이가 인간이 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대화의 절대 명제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만 기억하면 맨유가 OT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처음이야 누구나 어색하고 저도 인싸 성격이 아니라서 머쓱하게 말 걸곤 합니다만,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최근에 뭘 했는지를 묻다보면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반드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일테니 다시 언급해서 꺼내게 되면 상대방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실컷 합니다.


이때 그 유명한 말꼬리 잡기 대답법을 쓰는데 전문용어로는 백 트래킹, 더 깊게 들어가면 유목화라고 하지만 이딴 단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이런거 공부해서 말 잘하는 색히 한 명도 못 봤습니다. 핵심은 그냥 말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겁니다. 예를 들면 스페인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스페인 가보셨어요? 이런 식으로 주제를 꼬리잡고 늘어지면 네! 라는 대답이 나오고 어떠셨어요? 등등으로 풀어가면 자기가 바르샤 팬이라 캄프누를 갔네 어쨌네 하면서 신나게 얘기를 합니다. 아니요! 하면 그럼 해외여행 가본데 있냐며 살짝 비틀어서 되물으면 젊은 사람치고 해외여행 안가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또 자기 얘길 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슈퍼 짠돌이라 해외를 한번도 안 가봤다면 그럼 국내 여행은 가봤는지, 혹은 집돌이 집순이인지 묻다보면 결국엔 자기가 할 말이 생겨 얘기를 하게 됩니다. 평생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않는 이상 자기만의 경험들은 다들 있을것이기 때문에 얘기는 끝을 모르고 계속 물고 물어 나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거의 모든것을 꺼내게 되죠. 그렇게 2시간이 지나면 다른데서 얘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공통적인 말을 하며 일어섭니다. "나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얘기한 적 없는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 이 케이스에서 벗어나는 사람 몇 명 못봤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원숭이가 인간이 된 수준일 때 이 정도의 피드백을 듣게 되면 기분이 장난아니게 좋아져요.


7. 실제 예시를 들면 이렇습니다. 요샌 낯선사람들을 거의 안 만나는데 약 2달 전에 친구가 소개해준 새로 생긴 강남 카페를 들러본 적이 있습니다. 사장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 해서 간단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데(카페 사장과 손님간의 관계는 둘 다 예의를 지키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해줘야하는 관계기 때문에 대화를 트기에 좋습니다), 카페 사장의 지인이 같이 있어서 셋이서 얘길 하며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권하길래 마시면서 떠들었습니다. 그날은 오랜만에 낯선 사람을 만나서 그런지 원숭이 때 연습한 말꼬리 잡기를 계속 해봤는데 자기가 어디를 좋아하고 새로운 취직자리는 어디인데 거기 사람들이 어떻고 관리자 성격이 어떻고 하면서 얘길 하다 "내가 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 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이 케이스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거의 못 봤고 저는 목적을 다했으므로 말꼬리 모드를 종료하고 다시 본성으로 돌아왔는데 사장이 맛있는거 시켜먹자고 해서 영업중인 카페인데 셋이서 일식도 맛있게 먹고 나왔네요. 물론 같이 계신 두 분이 다 예쁘고 성격도 좋아보이셔서 진심있게 대화는 했지만, 대화 스킬은 사람의 진심을 느끼게 해주지는 못하므로 제 남성성이 발현되는 것과는 무관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어떤 가게에서는 인사한지 이틀 밖에 안된 알바가 손님으로 온 저한테 매장을 맡기고 잠시 외출을 하지 않나(물론 전날에 위 케이스에서 벗어나지 않았음), 어떤 옷가게는 사장이 저한테 돈 많은 결혼할 상대를 보여주고 어떻냐고 묻질 않나, 근데 새로 만난 남자친구가 좋아서 열중하고 싶다 하지 않나, (아니 도대체 손님인 나한테 어쩌라는 건지... -.-) 결국 결혼은 안합디다.


8.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화 스킬을 통해 원숭이는 인간이 될 수 있다. 다만 타고난 대화 고수들처럼 발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그 정도가 아니라면 자주 맞닥뜨리는 패턴을 배워 후천적으로 학습해 어느정도 갭을 메꿀수 있다. 그리고 대화 스킬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이는 정도까지만 사용해야 하지 그 이상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좋은 평가는 받을 수 있을지언정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꼭 아셔야 할 것이 대화는 상호작용이고, 이 말은 나도 총 대화시간의 50% 정도는 직접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몇년 전부터 제 얘기를 하게 되면서 대화가 참으로 좋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역시 인간은 자기가 떠들어야 됩니다. 최근엔 약간 꼰대 마인드까지 결합시켜서 동생들한테 비싼 밥 사먹이고 그 대가로 약간 제가 더 많이 얘기하는데 식사 자리가 아주 즐겁습니다.


9. 글이 상당히 길었는데 대부분 개똥철학이라 크게 도움되는 것은 없을지 모르겠네요. 거의 새벽에 누군가에게 전화하듯이 뇌에서 손으로 바로 전송하여 썼습니다. 제 주변으로 말미암아 센스없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했던 것으로 볼 때, 이 글이 도움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리라 믿고 전송 버튼을 눌러봅니다. 혹시 내용이 괜찮았다면 다른 경험들도 한번씩 풀어보겠습니다.


출처:디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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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대로만 된다면 좋은 방법인것 같습니만... 개인에게는 편차가 있고...


요약은 아니고... 

1. 자신이 사회성이나 대화에 장애가 있다는것을 인지한다

2. 자신의 롤모델이 될 대화를 잘하는 사람을 몇명 선정한다

3. 그 사람들중 대화스킬 외의 장점(재력, 신체적능력, 지능, 외모, 폭력적 카리스마 등등..)이 두드러지는 사람들과 네추럴(타고난 수다쟁이들.. 입이 크거나 튀어나오거나 등등 입이 발달한 사람들ㅋ)들을 제외한다.

4. 자신에게 선택받은 그 사람의 대화(어떤 대화에 끼고 어떤 대화에 무관심한지 등등..)를 유심히 관찰한다. 녹음도 괜찮다.

5. 대화중 이럴때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한번 따라해보자

6. 실패한다.(그래도 조금 발전은 해 있을것이다.. 두세마디 후 종료됐던 대화가 네다섯마디는 가지 않았는가?)

7. 포기한다 or 다시 시도한다.


이런 방법도 괜찮습니다만... 1번 단계 진입이 가장 어렵죠.자신의 결점을 하는것, 그리고 개선하려는 자세를 갖는것.. 그리고 5번 정도?

그리고 대한민국 4500만 국민들이 말을 다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쉽게 소통하는 사람들 보면 부럽기도 하겠지만 '그건 그사람의 재능이고...' 이정도로 체념하고 자신의 활동반경 내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되는거죠... 뭐 힘들게 도전을 합니까?                


Posted by fishi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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